운전 3달 하니까(20)

완전 피노이 처럼 운전한다고 필리핀 사람들이 놀리네요 ㅎㅎ

첨엔 아니 지금도 그런 느낌이 들기는 하는데

동물의 왕국 사파리에서 운전하는 것 같더라고요

시도 때도 없이 좌회전하겟다고 들이밀고
유턴한다고 길 막아 놓고 서 있고
사람들은 차를 전혀 무서워 하지 않고 그저 손만 한번 들면 다 당연히 설줄 알고 차 오는
반대쪽을 보고 걷고
마치 차가 무언지 모르는 사파리안에 동물들 같은 ......

도로는 다 같이 사용하는 것이고
차가 먼저 가라는 법은 없다는 듯한 인식을 가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행동들

가장 신경쓰이게 하던 것은 밤에 검정색 옷입고 그냥 고개 숙이고 길 건너는 사람들......

근데 이제는 겁 안나더라고요

모터사이클도 겁 안나고
트라이시클도 겁안나고
사람들은 다들 원칙이 없어 보이는데 그래도 다 차 속도하고 맞추어서 걷더라고요 ㅎㅎ

죄회전하려고 머리디밀면 속도를 좀 올려 주면 멈칫 멈칫 하면서 눈치 보면서 절대 안들어 오더라고요 ㅎㅎ

그런데 문득 운전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데요

이 사람들이 농구를 엄청 좋아하잖아요?
근데 농구는 자리싸움이잖아요
먼저 자리를 선점하면 다른 플레이어가 비켜 가야 하는 운동

그래서 도로위에서도 먼저 자리 차지하면 다른 차나 그런 것들이
당연히 비켜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첨엔 정말 출발할때 앞으로 치고 들어오는 모터사이클 욕 무지 했는데 이젠 요령이 생기더라고요
딱 2초만 기다리면 모터사이클이 다 지나가고 길이 훤해 지면서 내 길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이젠 욕 않하고 운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