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처가집 이야기 1(6)

Views : 7,871 2023-04-01 09:05
자유게시판 1275415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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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순수 개인적인 이야기이며, 필리핀에서 개인적으로 겪었던 약 3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한국에 손녀를 돌봐주러 오셨다가 뇌경색으로 쓰러진 장모님. 성공적인 수술 후 빠른 회복을 보이시는 장모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 문득 필리핀에서 보냈던 시간들이 나의 머릿속을 깔치 뜯고 지나가서, 고이 간직했던 그 시간들을 개인적인 관점에서 풀어보려고 합니다. 필리핀 아내와 장모님 이야기, 그리고 아내의 형제들 이야기, 그리고 필리핀에서 일하던 중 만났던 동료직원들의 이야기를 시작할까 합니다.

친한 지인의 전화영어 튜터였던 아내를 2011년 8월경 쿠바오 버스터미널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당시 쿠바오 지리를 잘 몰랐던 아내가 장모님과 같이 나왔더군요. 얼마나 당황스럽던지...

버스터미널 근처 맥도날드에서 맥치킨을 먹으면서 우리의 인연은 시작되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 아내의 영어실력에 반해 우유부단하고 보수적이고 겁이 많은 성격의 아내를 열심히 쫓아다니며 구애를 했습니다.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열심히 짱구를 굴리다가 ‘옛다 모르겠다’라는 생각 끝에 아내와 아내의 가족에 대한 선물공세를 시도해 볼까 했습니다. 그런데 아내와 장모님 이렇게 단 둘이 살고 있더군요. 저도 찢어지게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나보다 더 처참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아내를 보니 괜한 영웅심리? 동정심? 어쩌면 오지랖? 등이 쓸데없이 발동이 되어 대마왕으로부터 아내를 구해야겠다는 뻔한 스토리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저희 장모님의 첫 인상은 뭐랄까? 세상의 고단함이 온 몸에 배어있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좀 억척스럽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3년 동안 아내와 연애를 하면서 지켜본 장모님은 공짜는 바라시지 않고, 당신이 일한만큼 받고, 돈을 헛되이 쓰지 않으시며, 왠지 모르게 세상 이치의 셈법에 밝으신 것 같았습니다. 그때도 지금도 외국인 사위를 많이 어려워하시고, 사위를 보면 항상 웃어주시고, 항상 사위 말에 맞장구 쳐주시고, 가끔 장모님 댁에 방문하면 사위를 위해서 씨암탉은 아니지만 닭요리와 스파게티를 그리고 필리핀에서 익숙한 파란물통의 미네랄워터가 아닌 항상 ‘윌킨스물’을 준비해 두셨습니다.

2011년 7월, 6개월 계획을 잡고 바기오의 한 어학원에서 어학연수 중이었습니다. 4주 과정이 끝나면 2박3일의 휴가를 주는데 그때마다 아내를 만나러 마닐라로 내려왔습니다.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지만 그 당시 바기오에서 마닐라 쿠바오까지 6시간에서 8시간정도 걸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달리는 버스는 마치 달나라로 가는 그런 꿈의 공간이었고, 그 꿈에서 깨어나면 아내를 만나 데이트도 하고 아내 친구들도 만나고, 장모님도 뵙고 그러다 바기오로 돌아갈 시간이 되어 버스에 오르면 그 버스의 공간은 어찌 그리도 미련의 공간이 되는지......

필리핀에 어학연수를 오기 전, 저의 직업은 중, 고등학생의 입시영어를 가르치던 영어강사였습니다. 어법 및 독해 위주의 영어교육에 점차 피로감이 들 때쯤, 친한 지인으로부터 아내를 소개 받았고, 아내와 이메일을 주고받고 가끔씩 전화로 통화를 했는데, 아내와 제대로 된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스스로에게 휴가를 주고, 영어회화도 하고, 아내도 만나고... 여러 가지 이유를 만들어 필리핀 행을 결심하고 바기오에서 어학연수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12주의 과정이 끝나고 애초에 12주를 더 연장하려는 계획을 접고 무작정 마닐라로 내려왔습니다. 아내와 같이 있고 싶은 것이 주목적이지만, 아내와 그 친구들이 전화영어 튜터들이라 그런지 바기오 튜터들 하고는 비교가 되지 않게 영어 실력이 좋았습니다. 그리하여 아내의 회사와 가까운 올티가스에 새로운 터를 잡았습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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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아킨@네이버-20 [쪽지 보내기] 2023-04-01 09:16 No. 1275415118
2011년도 이야기라 흥미롭네요, 실례가 안된다면 와이프분과 나이차가 얼마나 나는지도 알려주시면 좋을것 같습니다.
김인호26 [쪽지 보내기] 2023-04-01 10:50 No. 1275415128
2011년 7월이면.. 저도 바기오에서 영어공부할때인데.. 제가 8월까지 공부를했거든요. 파인스 어학원에서
DDUK BUL [쪽지 보내기] 2023-04-01 11:06 No. 1275415137
중고교 입시영어 영어강사가 필리핀 어학연수라 재미있네요 ㅎㅎ
지방쪽 보습학원이었나 보죠?
점핑보이 [쪽지 보내기] 2023-04-01 18:24 No. 1275415229
윌킨스 물이라니 현지인들에겐 결코 싸지 않은 가격일텐데 배려심이 있으시네요.
마카티_ [쪽지 보내기] 2023-04-01 23:13 No. 1275415267
그때 저도 필에서 공부할때 인데.. ㅎㅎ오래된 이야기군요
yoyo12 [쪽지 보내기] 2023-04-02 05:38 No. 1275415285
이런 순수 개인적인
글 올라오다 다른
작업은 하지마시길...
이런 글로 시작해 작업하셧던
분들이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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